가을엔
혜원 전진옥
가을엔 혼자여도 좋으리
한잔의 커피만 있어도 행복해지고
햇살 받아 반짝이지 않아도
흐릿한 구름 낀 날이어도 좋아
이슬방울 사르지 못해
눅눅한 바람 한 줌 불어와
나를 흔들고 지나간다 해도
호젓하게 혼자만의 시간을 고집하며
사색에 젖은 한 줄의 시를 쓰고
그 누구의 손길 닿지 않아
맑은 바람 머무르는
고요한 산사라면 더없이 좋겠지
나 그곳에서
한 사흘만 머물면 좋겠네
흐르는 물소리
청량한 일기
오색단풍 맑은 공기
하루를 빛낼 새소리에 갇히어
소박히 일상을 열면 좋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