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일기
혜원 전진옥
후끈한 풀향기 불어오는 감나무 밑에는
아버지의 땀을 식히는 들바람도 안주하여
툇마루에 걸터앉아 쉼을 고르고 있었다
지친 마음을 위로하는 큰 감나무의 그늘이
한 숨 턱 머물고 떠나가면 가을 익는 소리가
선홍빛으로 물들어 주렁주렁 감이 붉어라
풀벌레 소리에 깊어가는 가을처럼이나
세월도 익어가나 싶더니 푸른 노래가 되어
추억을 달궈놓은 그 해 여름 참으로 정겨웠지
조금만 걸어도 땀이 비 오듯 내리는 요즘이지만
눈물 같은 땀이 익어간다는 걸 잊지 말자
아버지의 어깨에는 늘 삶으로 젖어있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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