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운사 도솔천은 사계절이 아름답다
가을엔
혜원 전진옥
가을은
주고 또 줘도 아깝지 않은
넉넉함이 있습니다
물들지 못한 잎새마다
빗물 그렁그렁 매달고
나뭇잎 노랗게 물들이듯
모두가 익어가는 가을엔
용서하고 화해하는
평화의 안식입니다
고요한 침묵의 메아리
익어서 아름다운
가을이 되옵시다.
선운사 법당 마당을 둘러보며...
더없이 아름다운 단풍은 가을 서정에 메아리 지고...
사랑아
혜원 전진옥
사랑아
바람 부는 쪽을 한번 볼래
가을이 저리 쓸쓸히 지고 있어
피고 지는 건
어디 가을 뿐이겠니
우리 다 그렇게 피고 진단다
하지만 잘 생각해보렴
다음 계절이 있기에
너와 내가 행복을 꿈꾼다는 거
운무에 휩싸인 가을아침, 몽환적인 아침이 참 좋다
빈의자
혜원 전진옥
내 마음 한켠에
빈 의자 하나 마련해 두자
사철 푸른 나무에
새들이 앉아 노래하듯
당신이 힘들거나 외로울 때
기대어 쉬어갈 수 있게
수반 위에 비친 반영도 가을을 오롯이 담고 있다
선운사 오르는 길에 단풍숲은 더없이 아름답다
홍시
혜원 전진옥
정하나를 베풀면
인연 하나 덤으로 따라온다는데
까치밥 하나 남겨놓으면
겨울나그네 외롭지 않겠네.
홍시
혜원 전진옥
갈잎 진자리
고운 추억 불러 오려나
까치밥 하나 덩그러니
찬 바람에 휑하구나
잘 익은 홍시 하나
세월 너머로 바라보아도
본향 모습 선연하게
정 깊은 세월 어룽지는데
어머니의 크신 사랑은
주렁주렁 홍시로 무르익어
사모의 정 애틋함을
그리움으로 붉히고 있네.
쌓고 또 쌓아도 더 쌓고 싶은 소원이 이곳에 쌓여있다
모든이의 소원 소망이 다 이루어지면 좋겠다
다시, 봄/혜원 전진옥
한 프레임 안에 담아놓은
지난 가을날의 추억을
이제야 펼쳐본다
곳곳을 소요한
저 고운 자유가
저리도 고아한데
어느새
바람결도 유순한
다시 시작, 봄이 왔구나
22년 11월 3일 선운사의 가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