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혜원 전진옥
보슬비가 내리는 오늘은
왠지 쓸쓸하고 스산한 것이
가을이 성큼성큼 깊어가나 보다
아침나절 동네 어귀를 지나는데
빨갛게 익어가는 감, 대추는
어찌나 탐스러운지
저리 붉어가는 가을을 보니
고향을 향한 그리움은
벌써 추석이 다가온 거야
올 추석에도 안온한 달님처럼
어머니의 사랑을 기리며
다복한 한가위 보내자꾸나
추석
혜원 전진옥
순하고도 부드러운 바람결
성큼 가을을 불러왔나 보다
상실의 계절 가을이라지만
가을처럼 아름다울까
추석이 다가오면 주고받는 선물꾸러미
보름달처럼이나 마음도 환해지는데
너도 나도 땀 흘리며 지나온 시간
감사와 사랑으로 두 손 모우자
둥긍둥글 차오르는 보름달처럼
풍성한 한가위를 맞이하며
아버지 추석입니다
혜원 전진옥
들국화 꽃이 무성히 피고 지고
풀벌레 소리 깊어가면
가을이라 했지요
누렇게 황금물결을 이루며
들녘의 곡식이 익어가면
가을이 깊었다 했지요
어느새 아버지의 가신 걸음에도
또 맑은 그리움은 차오르고
추석도 다가옵니다
올추석에도 가족 모두 둘러앉아
웃음꽃 피는 정겨움으로
넉넉한 한가위 잘 보내겠습니다.
어머니 추석입니다
혜원 전진옥
어머니
감잎이 물드는 사이로
홍시가 익어가는 가을
추석이 다가옵니다
어머니의 무명 치맛자락
너른 품처럼이나
다복했던 한가위
언제나 이맘때면
고향을 향한 그리움은
보름달처럼 떠오르지요
올 추석에도
송편도 빚고 사랑도 빚어
어머니의 넉넉함도 빚어서
가족의 울타리에도
웃음꽃 가득히 피우며
둥글한 추석 잘 보내겠습니다
그리운 어머니
혜원 전진옥
바람 소리 분분한 날에는
마음도 바스락 소리를 내며
그리움의 길을 놓습니다
저 홀로 자란 키 큰 그리움
여울져 흘러온 세월에도
어찌나 해맑은지
붉게 지핀 가을 사이로
당신 향한 찬연한 그리움
홍시보다 붉습니다.